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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소개/프로젝트 스토리

피벗 스튜디오의 시작점, 첫 프리랜서 프로젝트 'Box Obliss'

by pivotstudio 2025. 11. 28.
💡 Note
이 카테고리(프로젝트 스토리)의 글은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의 솔직한 경험과 기술적 고민을 담기 위해 평어체(반말)로 작성되었습니다. 독자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계획에 없던 제안, 프리랜서가 되다.

2019년 4월, 약 3년간의 숨 가빴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3년 동안 5번의 이직. 누군가는 불안정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압축적인 성장의 시간이었다. 개발자로서의 기량은 올라왔고, 비즈니스를 보는 인사이트도 넓어졌다.

 

다만, 딱 하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바로 '내 가치'에 대한 증명이었다.

 

부족했던 이론을 채우고 더 큰 규모의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딱 3개월의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신입 디자이너로 회사에 입사한 아끼는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형, 퇴사하셨다면서요? 저희 회사 쇼핑몰 외주로 맡아보지 않으실래요?"

"나한테? 에이, 아직 그럴 레벨은 아닌 것 같은데."

"속는 셈 치고 조건이나 들어봐요. 다음 주에 미팅 어때요?"

 

전화를 끊고 나니 얼떨떨하면서도 내심 가슴이 뛰었다. 퇴사 후의 여유를 즐기면서도 통장 잔고를 걱정하던 찰나에 찾아온 기회였다.

 

며칠 뒤 찾아가 만난 대표님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신입이었던 그 동생이 나를 '적임자'라며 적극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스터디를 하며, 개발자답지 않게 소통이 너무나 원활한 사람이다."

 

웹을 잘 모르는 대표, 이제 막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초기 스타트업. 그들은 기술만 아는 코더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함께 리딩해 줄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신입 디자이너, 소개받은 개발자, 그리고 나(퍼블리싱/프론트엔드 리드). 세 사람이 모여 쇼핑몰 프로젝트 'Box Obliss'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작은 프로젝트는 나의 커리어와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Phase 1. 신입과 경력 사이, '기준'을 세우다

하지만 감상은 길지 않았다. 막상 프로젝트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적인 과제들이 쏟아졌다. 이전 직장에서는 합이 맞는 시니어 디자이너들과 일했기에 '척하면 척'이었지만, 이번 파트너는 열정 가득한 신입 디자이너였다.

 

웹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백지상태인 동생에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디렉션을 줘야 할지, 처음엔 막막함이 앞섰다.

 

다행히 그는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친구였다. 우리는 매일 머리를 맞대고 레퍼런스를 분석했고, "이 디자인이 웹에서 구현될 때의 인터랙션"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다. 내가 기술적 가이드를 주면, 그는 그것을 디자인으로 녹여냈다.

 

한 달 반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표님께 시안을 내밀었다.

 

"좋아요. 이대로 한번 가보죠."

 

신입 디자이너와 3년 차 퍼블리셔의 첫 호흡. 우려를 씻어내는 깔끔한 출발이었다.

 

Phase 2. 9년 차 개발자가 내게 보여준 '존중'

디자인이 확정되었으니, 이제는 생명을 불어넣을 차례. 대표님의 소개로 프로젝트에 합류한 9년 차 백엔드 개발자분과의 만남은 내 커리어에 또 다른 행운이었다.

 

그는 까마득한 후배인 나의 의견을 단순히 '청취'하는 것을 넘어 '존중'해주었다.

 

"UI/UX 쪽은 님이 전문가니까, 의도한 대로 밀고 나가세요. 백엔드는 제가 다 맞춰드릴게요."

 

일반적인 쇼핑몰과는 다른 독특한 레이아웃 구조였음에도, 그는 기술적 제약을 들이밀기보다 디자인을 구현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주었다.

 

내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시니어의 노련함으로 가이드를 제시했고, 나는 그 지지대 위에서 마음껏 웹 퍼블리싱을 할 수 있었다.

 

Phase 3.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이상적인 협업'

기술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Gulp, SCSS, Bootstrap에 PHP Blade 템플릿까지. 기획부터 배포까지(A-Z) 모던 웹 개발 프로세스를 온전히 내 손으로 구축한 첫 경험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프로젝트가 그토록 순탄했던 이유는 명확하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웹 환경을 몰라 놓친 디테일은 내가 퍼블리싱 단계에서 채워 넣었고, 나의 기술적 경험 부족은 9년 차 백엔드 개발자가 탄탄하게 받쳐주었다.

 

큰 사건 사고가 없었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빈틈을 완벽하게 메워주었다는 방증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프리랜서 프로젝트는, 마감 기한에 맞춰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당시 작업했던 Box Obliss UI/UX 모바일.
당시 작업했던 Box Obliss UI/UX 페이지 목록.

 

당시 작업했던 Box Obliss UI/UX 페이지 목록 2.

 

Epilogue. 코드는 사라져도, 가치는 남는다

 

이 글을 기록하고 있는 2025년 현재, 나에게 'Box Obliss'는 여전히 단순한 포트폴리오 한 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당시 신입이었던 그 동생은 어느덧 훌륭하게 성장해 '당근'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도 이따금 만나 밥을 먹으며 그때를 회상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잊지 않고 그에게 말한다.

 

그때 네가 만들어준 그 기회가, 피벗 스튜디오의 시작이었다고.

 

현재 'Box Obliss' 사이트는 리뉴얼을 거쳤다. 동생과 내가 밤을 새워가며 고민했던 UI/UX, 그리고 내가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던 코드들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섭섭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 코드는 덮여쓰였지만, 쇼핑몰은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개발자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성취는 영원히 남는 코드를 짜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비즈니스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그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께했다는 사실 그 자체일 것이다.

 

나의 첫 프리랜서 프로젝트는 그렇게, 멈추지 않고 흐르는 비즈니스의 단단한 마중물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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